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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누나가 첼로 할 때
관리자  2008-04-22 15:17:56, 조회 : 1,855, 추천 : 461


연주중 내 얼굴 보고 "골룸 같다"
몰입이 있어야 청중에 감동 전달

 

"그런데 누나는 왜 첼로 할 때 얼굴이 '골룸' 같아요?"

몇 년 전 내한해서 순회 연주를 하던 중에 어린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첼로 연주를 들려주는 시간이 있었다. 아이들은 얌전히 앉아 내 이야기와 연주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으라고 했더니 어느 남자 아이가 번쩍 손을 들며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등장 인물과 닮았다며 이렇게 씩씩하게 외쳐 묻는 것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다 자지러지게 웃었다. 당시 난 '골룸'이 뭔지 몰랐다. "글쎄…" 하고 씩 웃어 넘겼다. 다행히도 다음 질문들은 비교적 훨씬 덜 난해했다. "언니 남자친구 있어요?" "언니는 어떤 음악을 좋아해요?"

그 후 몇 달이 지났다. 오랜만에 영화 볼 시간이 생겨 그해 화제를 일으켰던 '반지의 제왕'을 빌려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영화에 골룸이라는 캐릭터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골룸의 얼굴은 또 어떻고! 순간 나도 배가 아플 정도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내가 연주할 때 표정이 독특하다고 한다. 특히 외국보다 한국에서 표정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다른 연주자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연주할 때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나 자신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에 나오는 표정들도 내 손으로 만드는 소리와 마찬가지로 무언가 표현하고 있나 보다. 수많은 청중 앞에서 제정신에 골룸으로 둔갑할 담력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연주할 때 온몸을 뱅뱅 돌리며 그 입으론 노래를 흥얼거리는 동시에, 얼굴은 '1인 10역'을 하는 듯 변화무쌍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굴드의 연주는 음 하나하나가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신기(神技)에 가깝다.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은 한번 피아노 앞에 앉으면 거의 그 자세에서 아무런 변화 없이 연주를 마친다. 루빈스타인이 살아있을 때, 무궁무진하게 깊어지는 그의 연주를 가리키며 누군가는 "루빈스타인이 90살이 되면 그가 단순한 음계만 연주해도 우린 모두 눈물이 흐를 정도로 감동을 받을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로스트로포비치 선생님은 얼굴에는 엄청난 집중력이 드러나는 반면,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으셨다. 선생님이 카라얀과 함께 한 슈트라우스의 '돈키호테' 연주를 보면, 선생님이 얼마나 몰입해서 그 음악을 표현하는지 볼 수 있다. 돈키호테만이 낼 수 있는 코믹한 표정까지도 선생님의 얼굴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선생님의 베토벤이나 바흐 연주 모습은 더없이 진지하고 심각하다.

한편 미샤 마이스키 선생님은 연주할 때 온몸으로 표정이 배어 나오는 것 같고 피아노 반주조차 마치 지휘하듯이 양팔로 표현한다. 연주 후 무대 뒤로 인사드리러 가면, 몇몇 팬들이 선생님께 지휘도 하실 계획이 있는지 묻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선생님의 소리는 그 어느 누구보다 다양하고 섬세한 색채를 지니고 있다.

개성 넘치는 연주 모습들에도 공통점은 있다. 너무나 음악에 몰입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표정들이 나왔다는 점이다. 연주자가 몰입을 해야 그 음악이 살아 움직이고, 청중들도 연주자의 몰입에 빠져 들면서 비로소 음악과 하나가 되는 감동을 체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눈을 감고 변화를 보이지 않는 카라얀의 얼굴도 청중을 진공 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힘이 있으며, 레너드 번스타인의 변화무쌍한 표정에도 청중들은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것이다.

표정은 제각기 달라도 연주하고 있는 순간의 연주자들 얼굴은 한결같이 아름답다고 나는 느낀다. '나'라는 존재를 완전히 잊고 더 높고 위대한 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 때문일 것이다. 

- 첼리스트 장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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